체온계 속 갈륨 이야기, 조용히 바뀐 온도계의 주인공
한겨울 아침, 차가운 이불 속에서 열이 오르는 아이의 이마를 만질 때
작은 체온계 하나가 얼마나 고마운지 실감하곤 하죠.
하지만 알고 있었나요?
우리가 익숙하게 쓰던 수은 체온계는 이미 사라지고,
그 자리를 조용히 갈륨 체온계가 대신하고 있다는 걸요.
왜 수은 대신 갈륨일까?
사실 예전엔 거의 모든 체온계에 '수은'이 들어 있었어요.
은빛으로 반짝이며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그 액체,
정확도는 뛰어났지만 문제는 독성이었죠.
수은이 깨져 흘러나오면 피부나 호흡기로 흡수될 수 있고,
누적되면 신경계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수은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대체제가 필요했죠.
그때 등장한 게 바로 **갈륨(Gallium)**이에요.
갈륨은 어떤 금속일까?
갈륨은 은백색의 부드러운 금속이에요.
실온에선 단단하지만, 30도 안팎의 온도에서 천천히 녹아요.
즉, 사람 체온 정도면 충분히 액체 상태로 바뀌는
상당히 특별한 금속이죠.
그래서 갈륨은
- 체온계를 비롯해
- 고온 측정 장비,
- LED,
- 반도체 소재 등에도 널리 쓰이고 있어요.
하지만 체온계에 쓰일 땐 순수 갈륨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인듐, 주석 등과 함께 혼합된 '갈리스탄(Galinstan)'**이라는 형태로 사용돼요.
이 조합 덕분에 더 넓은 온도 범위를 측정할 수 있고,
수은보다 무독성, 환경 친화적, 부식성도 거의 없음이란 장점이 있어요.
갈륨 체온계, 직접 써보면 이런 느낌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약국에서
'수은 체온계 같은데 수은이 아닌 체온계'를 하나 샀어요.
유리 안에 은빛 액체가 들어 있어 수은처럼 보였지만
약사님이 말하길 “요즘은 거의 다 갈륨 체온계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에 와서 써보니, 예전과는 좀 달랐어요.
먼저 측정 시간이 조금 더 길어요.
수은보다 반응 속도가 살짝 느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확도는 거의 똑같거나 더 안정적이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체온계를 물고 있어도
독성 걱정이 없다는 게 마음 놓이더라고요.
디지털 vs 갈륨 체온계, 뭐가 더 좋을까?
요즘은 디지털 체온계도 흔하죠.
소리로 알림도 해주고, 빠르게 측정되고.
그럼 굳이 갈륨 체온계를 쓸 이유가 있을까요?
정확도 측면에선 갈륨 체온계가 조금 더 앞섭니다.
특히 아이들처럼 체온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디지털 체온계가 살짝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어요.
게다가 디지털은 배터리나 고장 우려도 있지만,
갈륨 체온계는 고장날 게 거의 없죠.
단순한 구조, 꾸준한 정확도, 긴 수명.
이런 점에서 ‘전통의 강자’다운 믿음이 있어요.
갈륨 체온계, 이렇게 관리하면 오래 써요
- 사용 전에는 반드시 액체 기둥이 아래에 모였는지 확인
(흔들어서 내려주는 거, 예전 수은 체온계와 동일해요) - 측정 후엔 천천히 흔들어서 초기화
너무 세게 흔들면 유리가 깨질 수 있어요. - 보관할 땐 충격 없는 곳에, 젖지 않게
유리이기 때문에 떨어지면 파손 위험이 있어요. - 깨졌을 경우 갈륨은 수은보다 훨씬 안전하지만,
여전히 금속이기 때문에 맡은 약국이나 폐기센터에 반납하는 게 좋아요.
갈륨, 체온계 그 이상
갈륨은 단지 체온계에서만 빛나는 금속이 아니에요.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우주 기술에도 쓰일 만큼
미래 지향적인 금속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체온계 속 작은 은빛 액체가
단지 숫자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기술과 안전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진화의 상징인 셈이죠.
그걸 생각하니, 아이의 체온을 재던 순간조차
왠지 더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갈륨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